그 친구. 나의 대학교 동기이자
극예술동아리 활동까지 같이 할 정도로 돈독한 사이였었지
극예술동아리엔 참 여러 일이 많았던 것 같아
그런 배경에는 주로 자기과에서 한 미모들 하는 여학우들해마다 여럿 입부하는 탓이 컸었어
나는 와꾸가 안되는지라 04학번 철학과 노땅으로부터 연출을 배웠고
친구는 조연에서 주인공까지 참으로 재밌는 동아리 활동을 보내고있었지
친구랑 단둘이 술을 홀짝일때면 항상 물어봤어
아무리 연기라도 여자들이랑 썸씽 그런 비스무레한거 생기는거 아니냐고
친구는 그럴때마다 글쎄..혹은 잘 모르겠네..따위로 얼버무리곤했지
'이 새끼 사적으로도 동아리년들 많이 만나는거같던데'.
물론 분위기 죽이기 싫어서 나도 그쯤하고 넘어갔지
정말 착한녀석이었는데 나는 점점 괜히 심술이나더라고
이야기는 내가 만들고 이새끼는 꼭 떠먹기만 하는 느낌이랄까..
그런 감정이 커질때쯤 희주라는 11학번 새내기 여자애가 우리 둘 사이에 있었어
희주는 경제학과였고 내향적인 성격의 아이였는데 연기보다는 연극이론이나 연출에 관심이많아서 자연스레 친해지게 되었지
그치만 노땅 형이 이런건 문창이나 국문같은 진퉁 인문에 몰아야한다면서 결국은 연기를 하게되었어
그래도 난 희주에게 잘보이기위해 틈만 날때마다 어려운 용어 주저리주저리 도스또옙스끼를 논하곤 했지
친구도 희주가 귀여웠는지 이것저것 잘해주더라고..
또 공강때마다 밥을 사주든가 커피를 사주든가하고
난 그때 그새끼가 정말로 밉더라고
희주를 덮치기라도해서 입장정리를 확실히 하고싶었어..
근데 학기도 극예술동아리 활동도 거의 끝나갈 때쯤
임원들끼리의 모임에서 친구가 대뜸 입대날짜와 함께 희주와의 교제사실을 알리는거야..
난 알수없는 배신감 그리고 패배감에 순간 사고가 정지된것만 같더라
애써 멀쩡하게 술을 따라주고 건배를 하는데 그새끼는 전화가와서 희주에게 달려나가고
선배들은 나간 녀석을 보고 한마디씩 거들고..참 허망하더군
그후로 난 친구를 일부러 멀리했고 희주는 군대간 녀석 대신 나를 의지하는것만 같았다.
그래, 꿩 대신 닭이라도 괜찮아..그 때만해도 난 다시 친구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싶었고 단지 희주를 지켜주려했던 마음이었어.
덮치고 어쩌고 했던 내 자신에 대한 반성도..
그러나 붙어다니는 날이 많아질수록 내 감정은 주체할 수가 없는 것이었고 조용한 공원벤치에서 자판기커피를 뽑아마시며
내 마음을 희주에게 고백했지
-희주야 내가 무슨 말 하려는지 알거같아?
희주는 고개를 떨구었고 어깨를 부르르 떨며 나도 ㅇㅇ오빠 기다리는거 너무 힘들어..라며 울먹이며 말하더라
..그리고 그날 하루를 난 희주와 보냈어
남들처럼 자연스레 손도잡고 팔짱도끼고..키스도하고
그렇지만 희주와의 밤은 희주에 대한 나의 애정과 친구에 대한 죄책감으로 뒤섞인 것이었고
사정을 하고 희주를 먼저 재운 뒤에 난 끊었던 담배를 연거푸 반갑이나 피워버렸지..
그 이후로 난 정말로 하루하루를 괴로움에 시달리며 희주를 만났고 우린 얼마 못 가 헤어져버렸어
그리고 그 악연이나 다름 없는 친구..3년만에 재회했는데
또 재수없이 침착한 말투로
그래도 다른사람이 아니라 너가 뺏어서 다행이야..
라고 .지껄이더라고.. 미친새끼..
그럼 셋이 쓰리썸이나 하자고 자극하니까
그 자식이 그제서야 날 좆나게 패기 시작하더라고
맞으면서 난 실실 쪼개기도하고, 올드보이의 최민식이 유지태에게 비는것마냥 울부짖었지
그리고 난 휴학만 3년하고 제적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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